<숲으로 가리>
<사랑의 숲으로 가리>
<문학의 숲으로 가리>
<시의 숲으로 가리>
사랑은 행운이며 축복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든 이루어진 사랑이든
모두 아름다운 축복이다.
못 다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모두 빛나는 태양이다.
-이하 생략-
문 시인이 펴낸 6개 시집 제목 중에서 네 군데가 ‘숲’이 주제였었는데, 이 자서(自序) 속에서도 ‘숲’이 중심 테마인 것을 보면 문 시인은 숲처럼 싱싱하게 살고 싶었나 보다. 아니면 도시화된 시멘트 냄새를 벗어나 숲에 들어 살고 싶다는 뜻이 내재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세 시집의 제목은 주제가 ‘첫눈’, ‘별’, ‘나비’였다. 별처럼 깨끗이, 첫눈처럼 낭만적으로, 나비처럼 예쁘게 살고 싶다는 인생관의 상징물일 것이다. 여기에 특기해 둘 일은 상재(上梓)된 시집 중 제4, 제5, 제6시조집들이 한결같은 테마시집이란 점이다. 게다가 모두 단수로 된 평시조였다는 점이 매우 이색적이며, 뜻있는 일이어서 필시는 시조단(時調壇)의 새바람을 일으킬 단초(端初)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문 시인이 펴낸 6개 시조집 중에서 가려낸 이 시조선집 속의 시조들은 한결같이 주옥편들이었다. 그 중 한 편만 감상해 보기로 한다.
그리움이 흐르다 멈추면
싸리꽃이 된다
눈물 고인 어린 눈에
서리처럼 엉긴 사랑
언젠가
떠나야 할 별
얼어붙어 꽃이 되다
하얀 눈이 내리다 멈추면
싸리꽃이 된다
심장 같은 사랑을 위해
설궁(雪宮)을 버린 공주
못 잊을
그대 숨소리
하얗게 질려 꽃이 되다
제2시집 『첫눈이 오면』에 수록된 「싸리꽃」전문이다. 이 시의 작품성은 놀라울 정도로 두드러졌다.
모든 예술의 마지막 요구하는 미학(美學)이 절제미라 볼 때, 이 싸리꽃의 기하학적 절제미는 아무나 함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싸리꽃을 등에 업은 문 시인은 이제 시조단의 중진, 중견을 넘어선 자리의 거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이 싸리꽃의 은유나 상징성, 그리고 그 간결미 게다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낸 이미지 창출은 시조가 능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현대화되고 예술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문 시인은 앞으로 괄목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문 시인은 내포성 있는 시어를 동원함으로 얻어지는 시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내면 세계의 도출에도 너끈히 성공한 시인임을 이 선집이 입증한다.
문 시인은 시조만이 아니라 자유시에서도 특출한 예술성을 과시하고 있음은 다음 자유시가 입증할 것이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오줌을 누면
멋진 노송 한 그루
누워서 받아먹는다
입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나무
단비를 얼굴에 맞으며
금빛으로 깨어나는 눈부신 환희
바람보다 먼저 햇빛을 아는 나무
구름보다 먼저 그늘을 아는 나무
작은 새와 몸 바꾸며 어린애가 된다
천 년을 기다려 날아온 작은 새여
그대가 떠나는 날 흐린 하늘 개인다해도
나무는 그대를 보내지 않으리
제3시집 『숲 속 이야기』에 수록된 「나무와 작은 새」전문이다. 이 시를 평론가 김용희 교수가 극찬한 대목만 인용해 보자.
시인은 교신하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과 오줌 줄기로. 그러니 이 작은 새 한 마리가 누는 따뜻한 오줌 한 줄기는 세상을 향해 내놓는 시인의 뜨신 입김이 아니고 무엇이랴. 야생의 오줌 한 줄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하게 먹이는 이 시인의 마음은 붉은 환희처럼 부풀어있다. 시인은 사랑을 하는 것이리라. 이 세상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필자는 시집 『나비』의 평설에서 “초우(初尤) 문복희(文福姬) 교수는 교수로서 금도(襟度)와 시인으로서의 예도(藝道)로 그의 시를 지배한다”고 언급한 바 있듯이 명문 가천대 국문학과 교수로서의 역량을 이제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교수이자 시인인 문복희 씨의 유능성은 남들이 넘보지 못할 사회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으로 입증된다. 한국YWCA연합회 이사, 한국어문회 편집위원, 울란바타르대학교 겸임교수직이 그것이다. 넓고 깊은 행동 반경을 통해 학술, 예술, 종교 등에 착실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앞으로 더욱 빛나는 작품으로 문단의 기린아(麒麟兒)가 되고, 남다른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빌며 이 글을 마친다.
초우(初尤) 문복희(文福姬) 시인이 대망의 시조선집을 엮어낸다. 그 시집에 序文을 얹혀 달라고 부탁해 왔다. 문복희 시인은 필자와는 십여 년의 연고 관계다. 1999년 필자가 발행하는 『時調生活』지에서 필자의 천거(薦擧)로 「백목련(白木蓮)」이란 시조가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터라 자별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동안 문 시인이 출간한 시집 『숲으로 가리』, 『첫눈이 오면』, 『숲속 이야기』, 『페루의 숲』, 『별 이야기』, 『나비』 등에서 서문이나 평설 등을 필자가 네 차례나 쓰다보니 우리의 인연은 남다른 편이 됐고, 문 시인의 인간성이나 문학성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편이다.
문 시인은 한 마디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심성의 소유자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요, 식견 있는 대학자다. 문 시인의 인품을 짐작케 할 제1시집 『숲으로 가리』의 자서(自序) 일부분을 여기에 인용해 본다.